시&사랑글

서둘지 않게

청정미 2008. 4. 10. 14:46

서둘지 않게/이성부 오늘은 천천히 풀꽃들을 살펴보면서 애기똥풀 깨물어 쓴맛이나 보면서 더러는 물가에 떨어진 다래도 주워 씹으면서 좋은 친구 데불고 산에 오른다 저 바위봉우리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 가는 데까지 그냥 가다가 아무 데서나 퍼져 앉아 버려도 그만 바위에 드러누워 흰구름 따라 나도 흐르다가 그냥 내려와도 그만 친구여 자네 잘하는 풀피리소리 들려주게 골짜기 벌레들 기어 나와 춤이나 한바탕 이파리들 잠 깨워 눈 비비는 흔들거림 눈을 감고 물소리 피리소리 따라 나도 흐르다가 흐르다가 풀죽어 고개 숙이는 목숨 천천히 편안하게 산에 오른다 여기쯤에서 한번 드넓게 둘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