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을 써드립니다/성재경
식당 술집 같은 영업집 귀퉁이엔
으레 빨간 물감으로 쓴
보기만 해도 심상치 않은 글씨가
벽과 마루를 받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속옷이나 주머니 속에
부적낭을 넣어야만 안심이 된다는데
부적 값이 만만치 않아서
냉장고에 붙은 것은 냉장고 값이고
침대 밑 잠자리 부적은 침대 값
장롱 속 부적은 장롱 값이라는데
무료 부적 써드립니다
그러나 내 부적은
주머니나 속옷에 넣는 것도
방이나 물건에 붙이는 것도 아닌
마음에 새기는 부적이라오
연두색 예쁜 글씨로
'사랑' 이라 쓴 부적
이 사랑부적 하나면
귀신 잡신 절대 못 붙고
행운만 찾아 든다오
철철 행복이 넘쳐 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