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글

눈 오는 날

청정미 2019. 12. 9. 10:44

눈 오는 날/윤준경 
   마침내 기다린 눈이 내리고
   산들은 멀리서부터 지워지고 있다 
   멧새 한 마리 푸드득 날개를 터는 한낮
   해는 는개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는지
   사륵사륵 
   눈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나는 
   눈이 눈물이 되는 까닭을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슬픈 거란다
   슬픔에 발을 헛 딛지 마라
   창문에 몸을 부딪히며 눈은 
   수도승처럼 속삭이고
   어디서도 소식이 올 기미는 없고
   다시 한 잔의 커피에 물을 부으며
   안타깝게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