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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넘의 나박김치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보면 사죽을 못쓰는 사내가 있었다.
나이가 차서 장가를 들었는데
처갓집의 음식이 얼마나 맛나던지
친정 나들이를 하는 아내와 늘 동행했다.
사위가 왔다고 항상 가득 내오는 음식을
사내는 고루 먹었지만
그 중에서 무에 배와 사과를 섞어 만든
나박김치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체면상 말은 못하고 상을 물렸다.
저녁이 되어 불을 끄고 누웠는데
낮에 먹은 나박김치 생각이 나서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사내는 신부가 잠든 사이 살금살금 부엌으로 갔다.
달빛의 도움으로 부뚜막에 있는 나박김치 단지를 찾을 수 있었다.
뚜껑을 열고 두 손을 넣어 건더기를 손에 쥐니
단지 아가리가 작아 손이 나오질 않고 단지째 들렸다.
당황한 사내는 주먹을 펴면 손이 빠져나온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대로 단지를 들고 마루로 올라왔다.
문턱에 번쩍이는 것이 있어 다듬이돌인가 보다 생각하고
단지를 깨버리기 위해 내리쳤다.
"아이쿠! 나 죽네!"
순간 장인의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다듬이돌이 아니라 장인의 이마에 내리친 것임을 알게 되자
사내는 재빨리 도망하여 집 뒤 감나무로 올라갔다.
한동안 집안이 소란하더니 곧 조용해 졌다.
사내는 나무에서 내려오려고 주변을 살피는데 늙은 하인 하나가
나무쪽으로 연지(連枝: 한 뿌리에서 자라 두 갈래로 이어진 나뭇가지)
를 들고 오기에 그대로 있었다.
하인은 눈이 어두워 사내의 계란두알이 홍시로 보여 V자 연지에 끼우고 틀었다.
사내는 죽을 지경이었지만 소리도 못내고 물떵을 짤끔 하니 하인의 코에 떨어졌다.
'이런, 하필이면 곯은 홍시였네."
더운날에 그냥 시원하게 웃으시면 행복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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