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 정연복
새봄의 색깔은
뭐니뭐니해도 연둣빛이다.
길고도 긴
추운 겨울의 고통 속에서도
얼어죽지 않고
끈덕지게 목숨을 지켜온
앙상한 가지들마다
돋아나는 연둣빛 새순을 보라.
눈부시지 않는가
눈물겹지 않는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허공으로 봄을 쏘아 올리는
저 연둣빛
폭탄, 폭탄, 폭탄!
초록 마음 / 정연복
나날이 짙어가는
초록 이파리들을 바라보면
눈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진다.
세상살이 근심걱정으로
짓눌린 가슴에
새 삶의 의욕과 활기가
옹달샘같이 샘솟는다.
마음속의 우울한
회색빛 그늘이 옅어지고
생기발랄한 희망 가득한
초록 마음이 생겨난다.
마음의 집 / 정연복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눈으로 단 한번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많은 돈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면서
한평생 애지중지
지켜가야 할 것.
사랑과 미움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
함께 살고 있는
내 작은 마음의 집.
동그랗게 / 정연복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동그랗다
세모나 네모가 아니라
동그라미 모양이다.
세상의 꽃들은
동그랗다
작은 꽃도 큰 꽃도
동그라미 형태다.
사람들의 얼굴도
대체로 동그랗다
눈동자도
젖꼭지와 배꼽도 동그랗다.
동그란 마음으로
순하게 살아가라고
동그란 가슴으로
착하게 사랑하라고!
청양고추 / 정연복
너무 매워서
입안이 얼얼하다
잘못 걸리면
눈물을 쏙 빼놓는다
그런데도 자꾸 손이 간다
은근히 매력 있다.
인생살이도
청양고추와 똑같다
매워서
너무너무 매워서
때로 눈물 나면서도
참 재밌다.
감자 / 정연복
흙빛이랑 가까운
옅은 살색의 겉모습
보기만 해도 정감이 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군데군데 패인 자국들
말없이 삶의 상처를 말해주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순한 마음씨 묻어난다.
껍질을 벗기면 드러나는
뽀얀 속살
아리따운 여인의
눈부신 살결 같다.
푹 삶으면 우러나는
참 보드랍고 포근한 맛
뜨거워도 차갑게 식어도
그 맛 일품이다.
감자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
자연이 낳은
명품인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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