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글

들꽃의 인생철학

청정미 2020. 4. 24. 16:40

      들꽃의 인생철학 / 정연복 너른 들판에서 작디작은 내 존재이지만 비바람 맞으며 사는 자유의 생이라서 행복하다. 아늑한 온실 속에서 살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삶의 온갖 희로애락 누리며 살 수 있으니까. 남이 날 알아주든 말든 상관하지 않음은 나는 그냥 나로서 누구와도 비교 불가한 존재라는 것. 목숨 붙어 있는 동안 매 순간 기쁘게 살다가 아무런 미련이나 후회 없이 가벼이 스러지면 그뿐. 골치 아픈 생각이나 욕심 따위는 멀리하고 하루하루 단순소박하게 살겠다. 한밤의 연가 / 정연복 오늘밤 당신을 죽도록 미워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늘 같은 그 자리 자나깨나 내 맘속에 있으면서도. 매일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얄미운 당신이 미워 죽겠습니다. 진주 / 정연복 한 알의 영롱한 진주가 만들어지기까지 조개는 생살이 찢어지는 오랜 아픔을 겪어야 한다지요. 한 조각의 투명한 마음이 빚어지기까지 스님들은 오랜 세월 구도의 길을 걸어간다지요. 나도 이 땅에서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는 마음의 진주 하나 빚고 싶어요. 꽃과 사람 / 정연복 이 꽃은 이 꽃 저 꽃은 저 꽃의 모양으로 지상의 꽃들은 제 갈 길을 또박또박 간다. 민들레는 민들레의 길 장미는 장미의 길 풀꽃은 풀꽃의 길로 저마다 자기다운 길을 간다. 이 사람은 이 사람 저 사람은 저 사람의 모습으로 온 세상 사람들도 자기의 길을 걸어가야 하리 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 서로의 길을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길을. 자연 속에서 / 정연복 세상의 부귀영화에 대한 욕심이 생겨날 때 한 며칠 눈부시던 목련이 어떤 모습으로 지는지 보라. 흔들리는 내 마음이 밉고 원망스럽게 여겨질 때 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는 초록 이파리들을 보라. 나는 이 땅에 살면서 어떻게 살면 좋을까 생각할 때 말없이 사방으로 번져가는 은은한 라일락 향기를 맡아보라. 햇빛 별빛 달빛의 노래 / 정연복 햇빛같이 밝은 기운의 벗 하나 있으면 나의 삶 나의 인생에도 환한 빛이 있으리. 별빛같이 맑은 눈빛의 애인 하나 있으면 나의 마음 나의 가슴에도 순수한 빛이 있으리. 달빛같이 온유한 모습의 아내랑 같이 산다면 나의 집 나의 가정에 천상의 행복이 있으리. 자연의 선물 / 정연복 온 허공에 가득하다고 해서 공기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강과 바다에 넘실거린다고 해서 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산과 들에 널려 있다고 해서 나무 하나의 가치가 감소되지 않는다. 온 땅에 충만하면서도 더없이 소중한 것들 자연이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선물이다. 클로버에게 / 정연복 햇살 밝은 날에도 흐리고 비 오는 날에도 변함없이 파릇파릇한 너. 우리말로는 토끼풀 어디에서든지 눈에 띄고 무성히 잘도 자란다. 드물게 행운의 네 잎일 때도 있지만 행복을 뜻하는 세 잎으로 수다히 우리 곁에 있어주네. 삶이 많이 힘들고 괴로워 희망의 빛이 가물가물할 때 행복이 아주 가까이 있으니 힘내라고 속삭이는 너. 꽃은 왜 아름다운가 / 정연복 쉽게 피는 꽃은 없다 세상에 그런 꽃은 없다 도깨비 방망이가 신기한 요술을 부리듯 금방 피어나는 꽃이 있다면 얼마나 꼴불견일까. 봄이면 산에 들에 불길같이 번지는 진달래꽃 한 송이 한 송이도 실은 긴 고통과 기다림 끝에 피는 것. 그래서 세상의 꽃들은 아무리 작은 들꽃 하나라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거룩하게까지 보이는 거다. 초록 이파리를 노래함 / 정연복 끝없이 끝도 없이 짙어가는 초록 두 눈 가득 담고 또 담으니 싱그러운 기운 가슴속까지 와 닿는다. 살아 있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밤새 찬이슬 맞고 비바람 맞으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초록의 불길. 어깨에 대한 묵상 / 정연복 어깨는 움츠리라고 있는 게 아니다 새의 두 날개처럼 쫙 펴라고 있는 거다. 어깨는 그냥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다 삶의 무게를 당당히 짊어지라고 있는 거다. 사람마다 좌우 하나씩 어깨가 둘이나 있는 것은 누구라도 기죽지 말고 세상 살아가라는 뜻이다. 행복한 사랑노래 / 정연복 아침 햇살 받으며 당신 생각해요 햇살같이 따스한 당신의 가슴. 저녁노을 바라보며 또 당신 생각해요 연분홍 노을처럼 순한 당신의 영혼. 밤낮으로 내 맘속에 당신 있어 행복해요 나 너무 행복해요. 초록 이파리 / 정연복 꽃을 보면 눈이 부신데 초록 이파리를 보면 가슴이 시원하다. 꽃이 잠시 머물다 총총 떠나간 가지마다 무성히 생겨나 오래오래 있는 이파리. 쪽빛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은 햇살로 목욕하며 흥겨이 춤추는 가볍고도 깊은 초록 영혼! 개미를 위하여 / 정연복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말라"는 불교의 말씀 가벼이 흘려듣지 말자 가슴 깊이 새기자.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미물(微物)에 불과한 개미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밟아 죽이고서도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 계속 간다. 인간의 오만함이여 사람의 얄팍한 생각이여! 끝없이 너른 우주의 눈으로 보면 개미보다 월등히 큰 인간이란 존재도 한 점 먼지요 티끌에 지나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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