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글

채송화에게

청정미 2020. 4. 19. 10:41

      봄비 오는 날의 기도 / 정연복 소낙비같이 퍼붓지 않아도 되지요 보슬보슬 이슬비라도 좋아요. 막 피어나려는 새봄의 꽃봉오리들에게 가만가만 내려앉는 오늘의 봄비같이. 사랑의 꽃 한 송이 피우려 목마른 내 가슴에 은혜의 단비 촉촉이 내려주소서.

      봄비 / 정연복 눈에 보일 듯 말듯 꽃샘추위 속 가만가만 내리는 봄비. 겨우내 목말랐던 산과 들 촉촉이 적시어 주네. 메마른 내 마음 내 가슴속에도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을 가져다주네.

      오이지 / 정연복 초록 오이를 소금물에 폭 담근 다음 돌멩이같이 무거운 걸로 며칠 꼭 눌러놓으면 노르스름한 빛깔의 맛있는 오이지가 완성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퍽 힘들게 느껴지고 가슴이 뭔가에 짓눌린 듯 답답하고 아플 때에도 너무 상심하지 말자 생활의 활력을 지켜가자. 돌멩이에 눌려 오히려 노릇노릇 익는 오이같이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삶의 깊이와 맛이 더해지니까.

      채송화에게 / 정연복 세상 아무것도 모르던 코흘리개 시절에도 그냥 내 눈에 참 예뻐 보였던 너. 세월은 쏜살같아 어느새 회갑을 지나고서도 네 모습은 여전히 어여쁘기 짝이 없구나. 알록달록한 빛깔의 앉은뱅이 꽃 네 얕은 몸에서 이제 난 네 깊은 영혼을 본다.

      먼지 / 정연복 너랑 나랑 겉모습 많이 다른 것 같아도 우주적으로 보면 정말 똑같다. 나도 먼지 너도 먼지 우리 둘 다 쌍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서로 비교하거나 교만 떨지 말자 서로를 내 몸같이 아끼고 사랑해 주자.

      애인에게 / 정연복 달콤한 솜사탕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오늘 벚꽃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둘. 꿈꾸는 듯 즐겁고 행복하다 지금 너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보드라운 솜사탕이야 사르르 녹아버려도 우리의 굳센 사랑은 천년만년 가리라.

      나를 사랑하는 시 / 정연복 세상의 수많은 꽃들 중의 그 어느 꽃이라도 그냥 자기다운 모양과 빛깔 또 향기로 아름답듯이. 지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인 나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로서 빛난다. 부족한 게 많지만 좋은 점도 무척 많이 있는 아름다운 나여 더없이 사랑스러운 나의 존재여. 십년 / 정연복 한 우물을 십년 동안 파면 물이 나올 거다 없을 것 같았던 물줄기가 마침내 찾아질 거다. 한 사람을 십년 동안 좋아하면 사랑이 이루어질 거다 힘들 것 같았던 사랑을 끝내 얻게 될 거다. 한 가지 일에 십년을 바치면 결실이 맺힐 거다 그 분야에선 남들의 인정을 받는 실력을 갖추게 될 거다. 강산도 바뀐다는 십년의 세월이 흐른 뒤 너와 나의 삶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거다.

      벚나무 아래 철쭉 / 정연복 벚꽃이 아롱아롱 꽃비로 내려 꽃 피고 지는 것 참 덧없다 느꼈는데. 벚꽃 총총 떠나간 자리 자리마다 무성히 돋아난 초록 이파리들. 또 이 싱그러운 초록의 그늘 아래에는 울긋불긋 떼 지은 철쭉들의 환한 웃음.

      철쭉의 노래 / 정연복 아무래도 나 견딜 수 없어요 뜨거워지는 몸 달아오르는 맘. 보슬보슬 가랑비에 흠뻑 젖고서도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이 몸 이 맘인 걸. 밤낮으로 사모하는 당신이 아니고선 이 세상 그 무엇도 내 사랑의 불 끄지 못해요. 반달의 기도 / 정연복 내가 많이 좋아하는 당신을 위하여 보름달 같은 사랑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나의 온힘과 온 정성으로 채우고 또 채웠어도 이렇게 절반밖에 이루지 못해 미안해요. 내 삶의 이유 내 가슴속의 빛이여 나머지 모자라는 부분은 당신이 채워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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