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공의 저녁 기도 / 정연복
석양으로 물들어 가는
강 건너 저만치
내 작은 집의 따스한
불빛이 보입니다.
오늘의 강을
무사히 건너게 하심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오늘밤 사랑하는 가족과
평안히 단잠 이루고
내일은 또 내일의 강물에서
힘껏 노 젓게 하소서.
부자 / 정연복
하늘에 총총 빛나는
많은 별들 중에
나의 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땅에 피고 지는
수많은 꽃들 중에
나의 꽃 하나
마음에 담을 수 있다면.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더없이 행복한
부자가 되리라
5월 첫날의 시 / 정연복
꽃 피고
꽃 지며
3월과 4월이
꿈같이 지나고.
계절의 여왕
5월의 첫날
초록 이파리들
흥겨이 춤춘다.
햇살 밝고
바람 좋은 오늘
나도 지상에
살아 있어 행복하다.
걱정거리 / 정연복
머릿속이나
가슴속 걱정거리
이따금 먼지 털듯이
훌훌 털어버리자.
너른 들판을 걸으며
바람결에 날려버리자
휘파람 한줄기로
속 시원히 뱉어버리자.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걱정거리 또 생기리니
낡은 것들은
틈틈이 없애버리자.
사랑 꽃 / 정연복
꽃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피어나는 것
강제로
꽃을 피울 수는 없다.
사랑은 어느 순간
도둑같이 찾아오는 것
그 때가 언제일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산에 들에 꽃
피고 지는 어느 날에
나의 가슴속에
꿈같이 사랑은 찾아오리라.
사랑의 강과 바다 / 정연복
사랑이
꽃 필 때는
애인과 손잡고
가까운 강으로 가자.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가슴속 샘솟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자.
사랑이 소스라치게
깊어질 때는
홀로 기차를 타고
먼 바다로 가자.
깊어서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랑의 진짜 가슴이
어떤 모습인 줄 배우자